둘째 샌델 교수에게 개인은 공동체와 끊을 수 없는 연고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개인은 공동체와 전통이 주는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으며, 나아가 그에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것이 필요한 존재이다. 이를 설명하는 근거가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 혹은 서사적 존재라는 주장이다. 개인은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이루어 온 것에 대해 부담을 지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우리가 하는 선택이 역사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일 수 없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존재는 가치와 역사, 전통 등으로 이미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런 것으로부터 완전히 부담을 덜어 버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예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선이 권리에 앞선다는 말이 앞서야 한다는 당위로서가 아니라 앞선다라는 사실 언어로 표현되었다. 이것이 인간관과 관련되어 샌델과 같은 자유적 공동체주의자가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가치에 옹호하면서도 권리가 선에 앞선다는 주장에 입각하여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판단적 태도로 접근하는 이유다.
셋째, 샌델 교수가 선 관념의 중요성을 말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전통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다. 공동체가 공유하는 좋음(선)에 대한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가치 판단을 통해 수용할 수 없는 점들은 반드시 비판을 받아야 한다. 비판적 검토를 거치지 않는 선 관념 혹은 전통은 수용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의 기준이 자유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순전히 절차적으로 규정되거나 혹은 어떤 일정한 원칙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자유주의에서 주장하는 방식으로 설정된 인권 개념은 특정 문화와 전통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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