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35
나는 자연이 인간을 상이한 얼굴들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이한 종류의 심성과 기질로 만든다고 믿는다.
그 결과, 모든 인간은 자신의 심성과 기질의 경향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러므로 시대와 상황이 다양함에 따라서, 어떤 인간들은, 자신들의 처신방식이 시대에 부합하면, 자신들의 목적을 완전하게 성취한다.
반면에 자신의 처신방식이 시대와 상황에 잘 부합하지 않는 인간은 성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상이한 방식으로 행동한 두 사람이 동일한 결과를 얻는 사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방식은 주어진 상황이 나라나 국가마다 광범위하게 다르다는 점을 전제할 때, 각자가 행동하는 상황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은 종종 변화하고(일반적으로도 그렇고 또한 특정한 장소에서도 그렇다), 인간은 자신의 관념이나 방법을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이 어떤 때는 성공하고 다른 때는 실패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기실 시대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사려 깊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성공할 수 있을 것이며(아니면 적어도 실패는 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다면 현명한 사람은 별과 숙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인 셈이 된다.
그러나 그토록 사려 깊은 사람들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란, 첫째, 인간은 근시안적이고, 둘째, 자신들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명은 가변적이고 인간은 자신의 굴레에 씌우며 인간 위에 군림한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이 견해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견해는 그러한 사례들에 근거한 것이며, 그 사례들은 나의 결론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잔인하고, 신의가 없고, 반종교적인 행동은 이미 오랫동안 인간애, 신뢰, 종교가 효력을 잃은 나라에서는 새로운 패자의 명성을 증대시킨다.
반면에 인간성, 신뢰, 종교와 부합한 행동은 잔인함, 불신, 반종교가 오랫동안 횡행하던 나라에서는 사람의 명성을 훼손시킨다.
왜냐하면 쓴 것이 입에 맞지 않고 단 것도 지나치면 신물이 나듯이, 인간은 좋은 시대에는 싫증을 내지만 어려운 시대에는 불평을 하기 때문이다.(다른 원인들은 물론)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서 이탈리아는 한니발에게, 스페인은 스키피오에게 정복당했다.
그리고 양자의 수단은 시대와 그들이 처한 상황에 적합했다.
그 당시에 비추어볼 때 스키피오는 한니발이 이룩했던 것처럼 이탈리아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한미발과 같은 인물은 스키피오가 그랬던 것처럼 스페인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