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53
넷째, 샌델 교수는 정치가 절차적 민주주의만으로는 좋은 정치에 도달할 수 없고, 정치적 숙고를 통해 공동선에 대한 실질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동선을 산출하게 될 판단을 위해서는 공동으로 처한 상황에 대한 시민의 참여가 필요한데, 시민에게는 올바른 판단을 하려는 태도와 기본 소양이 필요하다.
샌델 교수가 중요시하는 공화주의적 덕성을 갖춘 시민이란, 다원적 세계에서 복합적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고, 현실에 대해 공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며, 남과 대화를 통해 의견을 함께 형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이 원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는 절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의미 있는 공동선을 자신의 사회에서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자신이 봉착한 사안에 대해 가치의 문제를 자신의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고려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만들어 내야 한다.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은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한다. 이 점에서 샌델 교수의 논의는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과 이론이 체계적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어느 하나의 주의나 주장에만 몰입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입장과 관점들을 경청하고, 다른 사람들 편에 서서 이해를 시도하면서 어떤 생각이 해당 문제에 더 좋은지 고민하고 판단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사유가 확장되고, 이해가 넓어지면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