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편지 01

동철 김 2015. 12. 19. 13:11

사전 양해없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편지를 보내서 죄송합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났던 날, 그 후 문자를 떠올려 보면 혼자만의 생각으로 님을 배려하지 못한 어리숙한 실수 투성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실수로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거라 생각이 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과를 드립니다.

 

전 님이 그때나 지금이나 좋습니다. 그래서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님의 느낌, 생각을 미처 고려하지 않았고, 더욱이 혼자 앞서 갔던 것 같습니다. 너무 좋아서 그랬다고 변명을 하고 싶지만, 같지만 너무나도 다른 이성에 대한 개념과 지식이 부족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삶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또는 삶의 의미를 어떤 형태로든 구성해보기 위해 나만이 겪은 고유성과 구체성,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무엇과도 묶을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누구나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골방에 앉아 혼자 쓰는 이야기일지라도 누군가 그 이야기를 읽어주거나 들어주기를 기대하며, 그래서 누군가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하거나 진심어린 관심을 기울일 때, 누구든 기꺼이 내 삶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한 개인의 삶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들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타인이 필요하고, 그 타인은 아름다운 삶을 비추는 영혼일 것입니다.

 

님에게 님의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을 진심으로 청합니다. 그리고, 님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구체적인 타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연말연시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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