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철학자가 어떻게 이 죽음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일상의 문제를 다룰 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첫 번째는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생각하지 마라. 자세히 보라'라고 말합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삶의 '현상학'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보았다면 그 다음에는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예를 들어 먹는 행위에 대해 자세히 보았다면 그 다음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것입니다.
이것이 삶의 '해석학'입니다.
그 다음에 우리가 먹는 것은 무엇입니까.
자기 자신은 물론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아닌 것을 먹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은 항상 타자입니다.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되 그것은 항상 내가 아닌 타자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내가 아닌 것을 토대로 내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삶의 '윤리학'입니다.
죽음의 현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모든 물질대사의 중단입니다.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등의 과정에서부터 외부 세계와 주고받는 모든 과정이 중단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대사의 종결이라는 것은 사실상 모든 생명체가 내재적으로 그 안에 안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이런 의미의 죽음을 일컬어 '행위를 통한 존재의 종식'이라고 말합니다.
생명체의 존재 방식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하는 행위를 통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죽음은 곧 무엇이든 하는 이 행위를 통한 있음이 종결되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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