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의 이 무시무시한 공간을 봅니다. 나는 광막한 공간의 한구석에 묶여 있는데, 왜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 있는지, 왜 내게 주어진 이 삶의 얼마 안되는 시간이 나를 앞서고 나를 뒤이을 영원의 다른 시점이 아닌 이 시점에 주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는 사방에서 무한만을 봅니다. 이 무한한 공간은 하나의 원소처럼, 영원히 한순간만 지속되는 하나의 그림자처럼 나를 감싸고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전부는 내가 곧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바로 피할 수 없는 이 죽음입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이승에서 나가면서 영원히 허무 속이나 아니면 하느님의 품 안으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두 조건 중 어느 것이 영원히 나에게 주어질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약함과 불확실로 가득 찬 이것이 나의 상태입니다.
180225 팡세 (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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